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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쓸모를 넘어서는 가치: 인간이 존엄한 진짜 이유

by 초록이의 소소한 일상 202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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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효율'과 '생산성'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 시대입니다. 인공지능(AI)은 인간보다 더 빠르게 계산하고,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하며, 지칠 줄 모르는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기능적 우월성' 앞에서 인간은 종종 초라함을 느낍니다. 만약 인간의 가치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인 '쓸모(Utility)'에 달려 있다면, 우리의 존엄성은 이미 기계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의 오랜 지혜와 철학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능력'의 영역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의 영역에 있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기능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 그 자체가 다르기에 존엄합니다. 여기, 그 어떤 최첨단 알고리즘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존엄성, 그 8가지 진짜 이유를 탐색해 봅니다.

1. 본능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율성

짐승은 배가 고프면 먹이를 찾고, 위협을 느끼면 도망칩니다. 철저히 생물학적 본능과 환경의 자극에 종속된 반응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릅니다. 인간은 극심한 허기 속에서도 타인을 위해 빵을 양보할 수 있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기도 합니다.

철학자 칸트가 강조했듯, 인간은 본능의 명령을 거스르고 스스로 세운 도덕 법칙을 따를 수 있는 '자율적 존재'입니다. 욕망에 끌려다니는 노예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인이기에 인간은 존엄합니다. 이 '거역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기계와 구분되는 첫 번째 조건입니다.

2. 약함을 끌어안는 공감의 힘 (치유된 대퇴골)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증거로,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흔적이 있는 '대퇴골(허벅지 뼈) 화석'을 꼽았습니다. 야생에서 다리가 부러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사냥을 할 수도, 맹수를 피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뼈가 붙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부상자가 회복될 때까지 곁을 지키며 먹이를 나눠주고 보호해 주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약함은 도태의 대상이지만, 인간의 세계에서 약함은 돌봄과 연대의 대상이 됩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것처럼 느끼고, 쓸모없어 보이는 존재를 끌어안는 이 숭고한 '공감 능력'이 우리를 위대하게 만듭니다.

3.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의미 추구의 존재

AI는 입력된 데이터 안에서 최적의 답을 찾아내지만, 결코 질문 자체를 생성하지는 못합니다. 반면 인간은 생존이 해결된 이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사는가?", "이 고통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밥만으로는 살 수 없는,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때로는 답이 없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고뇌하고 방황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 자체가 인간을 깊이 있게 만듭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묻고 탐색하는 그 치열함 속에 인간만의 존엄이 깃들어 있습니다.

4. 존재하지 않는 것을 꿈꾸는 상상력

기계는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미래를 예측하지만, 인간은 데이터 너머의 세계를 상상합니다. 우리는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이상향을 꿈꾸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신화를 만들어내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이 창조적 상상력은 인류를 동굴에서 우주로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능력. 이 무한한 창조성이야말로 신의 영역을 닮은 인간 존엄성의 증거입니다.

5. 부끄러움을 아는 도덕적 책임감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동물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 없을 때조차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행동을 검열하고, 잘못된 선택에 대해 죄책감을 느낍니다.

설령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살지는 못할지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려고 애쓰는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과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는 태도는 윤리적 주체로서의 인간만이 가진 고결함입니다.

6. 죽음을 인식하기에 빛나는 유한성

우리는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 '죽음의 자각'은 역설적으로 삶을 더없이 소중하고 절박하게 만듭니다.

시간이 유한하기에 우리는 이 순간의 사랑이 애틋하고, 오늘의 만남이 귀하며, 남겨진 삶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영원히 작동하는 기계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사라지기에 아름답고 유한하기에 찬란한 삶의 비애와 환희. 이 '필멸자의 자각'이 인간의 삶에 깊은 밀도와 존엄을 부여합니다.

7. 생존을 넘어선 깊은 관계 맺기

인간은 타인 없이는 온전한 '나'가 될 수 없는 관계적 존재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단순히 생존이나 번식을 위한 본능적 무리 짓기를 넘어섭니다.

우리는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을 하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과 깊은 우정을 나누며, 복잡하고 미묘한 정서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영혼을 성장시킵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이 깊고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꽃을 피웁니다.

8.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 (Individuality)

마지막으로, 모든 인간은 저마다 단 하나뿐인 고유한 우주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똑같은 데이터를 입력하면 똑같은 결과를 내놓는 복제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릅니다. 나와 똑같은 유전자, 똑같은 경험, 똑같은 감정을 가진 존재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고유한 서사와 개성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습니다. 80억 인구가 있다면 80억 개의 서로 다른 존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최종적인 근거입니다.

9. 결론: 당신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우리는 왜 AI보다 가치 있으며, 왜 존엄합니까?

우리가 본능을 거슬러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약한 것을 돌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알면서도 오늘을 치열하게 사랑하고 의미를 찾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디 세상이 요구하는 '쓸모'의 기준에 당신을 맞추며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존엄성은 통장 잔고나, 업무 성과나, 타인의 인정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지금 인간으로 존재하며 숨 쉬고 느끼고 생각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당신은 이미 충분히, 그리고 완벽하게 존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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