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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나를 지킬 권리, 자기보존권에 대한 5가지 성찰

by 초록이의 소소한 일상 202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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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존권(Right of Self-Preservation)'은 법과 철학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숭고한 권리입니다. 홉스가 말한 자연 상태의 제1 법칙이자, 현대인에게는 생존을 넘어 존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1.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숭고한 본능

우리는 모두 살고 싶어 합니다. 낭떠러지 끝에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날아오는 돌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팔을 들어 막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단순한 '동물적 생존 본능'이라 폄하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류의 지성사는 이 본능을 가장 신성한 권리의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바로 '자기보존권(Right of Self-Preservation)' 입니다.

이 권리는 국가나 법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던 '천부인권'의 뿌리입니다. 헌법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때, 혹은 타인의 부당한 침해가 나의 목숨을 위협할 때, 나를 지키기 위해 저항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야만적인 폭력이 아니라, 나의 존재가 우주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생명의 엄숙한 선언입니다. 오늘날 이 권리는 육체적 생존을 넘어 정신적, 사회적 자아를 지키는 권리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2. 홉스와 코나투스, 존재하려는 끈질긴 의지

17세기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은 평화를 위해 모든 권리를 국가에 양도하지만, 단 하나, 자신의 생명을 지킬 권리만은 양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형수조차도 처형장에서 도망치려 발버둥 치는 것은 죄가 아니라 자연의 권리라고 보았습니다.

스피노자는 이를 '코나투스(Conatus)'라고 불렀습니다. 모든 사물이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려는 성향입니다. 이처럼 자기보존권은 단순한 이기심이 아닙니다. 내가 '나'로 계속 존재하려는 관성이자, 삶을 향한 끈질기고도 거룩한 의지입니다.

3. 정당방위, 불의에 맞서는 정의

법치 국가에서 폭력은 금지됩니다. 하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습니다.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공권력이 나를 구해줄 수 없을 때, 자기보존권은 '정당방위(Self-defense)'라는 형태로 구체화됩니다.

"법은 불의에게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법언처럼, 정당방위는 단순히 나를 지키는 것을 넘어, 위법한 침해에 맞서 법 질서 자체를 수호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물론 과잉 방위는 경계해야겠지만, 부당한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권리는 인간 존엄의 최후 보루입니다. 나를 지키는 것은 곧 정의를 지키는 것과 같습니다.

4.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윤리적 딜레마

자기보존권은 때로 잔혹한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예시인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를 떠올려 봅시다. 난파된 배에서 오직 한 사람만 매달릴 수 있는 판자가 있습니다. 당신이 먼저 잡았는데, 다른 사람이 매달리려 합니다. 둘 다 매달리면 둘 다 죽습니다. 이때 나를 살리기 위해 타인을 밀어내는 것은 죄일까요?

형법은 이를 '긴급피난'이라 하여 처벌하지 않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것은 비난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기보존권이 도덕을 초월하는 생명의 절대적 영역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인간다운가?"라는 영원한 숙제를 남기기도 합니다.

5. 현대적 자기보존, '번아웃'에 대한 저항

오늘날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맹수나 칼 든 강도가 아닙니다. 과도한 업무, 감정 노동, 끊임없는 비교, 디지털 폭력 같은 보이지 않는 위협들이 우리의 정신을 갉아먹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보존권은 "나를 소진시키지 않을 권리"로 재해석되어야 합니다. 퇴근 후 업무 연락을 차단할 권리(연결되지 않을 권리), 부당한 감정 노동을 거부할 권리, 번아웃이 오기 전에 멈출 권리. 이 모든 것이 현대적 의미의 자기보존입니다. 나의 정신이 붕괴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격리하고 보호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방어 기제입니다.

6. 디지털 자아와 잊힐 권리

AI와 빅데이터 시대, 우리의 '자아'는 육체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데이터화된 나의 기록, SNS상의 평판, 개인정보가 곧 '나'입니다. 따라서 자기보존권은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원치 않는 과거의 기록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잊힐 권리', 나의 생체 정보를 함부로 수집당하지 않을 권리는 디지털 시대의 생존 투쟁입니다. 데이터가 조작되거나 유출되어 사회적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내 정보의 주권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21세기의 자기보존권 행사입니다.

7. 나를 사랑하는 가장 치열한 방식

자기보존권은 단순히 "죽지 않고 숨 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 육체의 안전, 내 정신의 평화, 내 사회적 존엄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지켜내는 치열한 사랑입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미덕이지만, 그 배려가 나를 파괴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멈춰야 합니다. 나를 지킬 의무는 타인이 아닌 오직 나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위협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부당함 앞에서 침묵하지 않으며, 소진되기 전에 멈추는 용기. 그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권리, 자기보존권의 진짜 얼굴입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을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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