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군산은 '서해안 시대의 주역'이라 불리며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부 중 하나였습니다. GM 군산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죠.
하지만 2025년 11월, 지금의 군산 경제는 K-제조업 위기와 지방 소멸이라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공장은 멈춰 섰거나 인력을 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청년들은 떠나고 있습니다. '한국판 러스트 벨트'가 되어버린 군산의 현실과 그 속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경고를 짚어봅니다.

1. GM 군산공장의 유령, 그리고 명신의 고군분투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는 군산 경제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 후 엠에스오토텍 계열사인 명신이 공장을 인수하며 전기차 위탁 생산 기지로의 부활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2025년 현재,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EV 캐즘)와 위탁 생산 물량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명신 군산공장은 가동 중단과 구조조정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거대한 공장은 주인을 바꿨지만,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한 채 K-제조업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GM공장 폐쇄 충격' 회복못한 군산…8년간 인구 2만명 유출"] https://v.daum.net/v/20251111181350671
2.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의 기쁨 뒤 숨겨진 인력난
2022년 10월, 5년 만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포식은 군산 시민들에게 희망의 신호탄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조선소는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거 폐쇄 당시 떠나간 숙련공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저임금과 고된 노동 강도로 인해 청년들은 조선업 현장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결국 빈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는 기술 전수 단절과 지역 경제 낙수 효과 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일감'은 돌아왔지만 '일할 사람'은 없는, 제조업 공동화의 씁쓸한 현실입니다.
[KBS, "군산조선소 재가동 반년…'인력 부족은 여전'"] https://www.youtube.com/watch?v=-dJ7dwEPNhc

3. 제조업 공동화, 대한민국 산업의 구조적 위기
군산의 사례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비용 구조, 경직된 노동 시장,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는 대한민국 전역에서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기거나(오프쇼어링), 국내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제조업이 떠난 자리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는 다시 인구 유출과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군산은 이 제조업 공동화가 지역 사회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4. 지방 소멸의 최전선, 텅 빈 상권과 떠나는 청년들
K-제조업 위기는 곧장 지방 소멸로 직결됩니다. GM 사태 이후 군산 인구는 8년 새 2만 명 가까이 줄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군산의 원도심 상권은 쇠락했고, 빈 점포에는 '임대' 현수막만 나부끼고 있습니다. 아이 울음소리는 줄어들고 노인 인구만 늘어가는 도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군산 경제의 몰락은 지방 도시가 제조업 기반 없이 어떻게 소멸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예고편과도 같습니다.

5.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희망인가 신기루인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있습니다. 바로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곳을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여 군산의 부활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은 이마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새만금 이차전지 클러스터가 과연 군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희망 고문에 그칠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투데이 군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업체 안녕한가?… 전기차 수요감소에 업계 '살얼음판'"] https://www.todayguns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405
6. 구조적 개혁 없는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부는 군산형 일자리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단순한 보조금 지급이나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보다는, 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규제 혁파와 R&D 지원, 그리고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정주 여건 개선이 시급합니다. 군산 경제의 회복은 대한민국 제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고, 지방이 자생력을 갖추는 구조적 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7. 인력난 해결, 외국인 노동자가 답일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사례에서 보듯, 내국인 인력 부족을 외국인 노동자로 채우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숙련된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임금과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적은 인력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조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K-제조업이 인력난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길입니다.
8. 군산이 대한민국에 던지는 메시지
군산의 오늘은 대한민국의 내일일지 모릅니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제조업의 쇠퇴가 계속된다면, 제2, 제3의 군산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군산서 K제조업의 슬픈 미래를 보다라는 명제는 단순한 비관이 아니라, 지금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경고입니다.
군산의 멈춰 선 공장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GM 군산공장의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고전, 그리고 새만금 이차전지 단지의 불확실성은 K-제조업이 처한 복합적인 위기를 보여줍니다. 지방 소멸을 막고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혁신과 과감한 구조 개혁,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군산의 슬픈 미래가 대한민국의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